구조진단노트

엉터리 내하력평가가 만연한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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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자체에서 발수했던 교량 진단점검과업중에 '정밀안전점검 + 내하력평가' 라는 기괴한 과업이 있었다.

 

수의계약으로 A업체가 그 과업을 수행했는데 교량등급을 D등급으로 결론내렸다.

지자체에선 보수보강공사 설계를 발주했고 우리회사가 낙찰을 받아 내가 그 보수보강공사 설계를 맡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에 A업체가 수행한 정밀안전점검+내하력평가 보고서를 받아 검토를 해봤는데...

순 엉터리 보고서였다.

일단 기본적인 산수부터 틀리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재하시험결과 최대 0.7mm 변위 밖에 안나는 2경간 라멘교 내하력을 D등급으로 때려버리다니...;;;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수보강설계를 맡는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지만, 당시 재하시험 데이터를 이용해 내하력평가와 안전성평가를 새로 작업해봤는데 최대 A 등급~최하 C 등급이 나왔다.

 

철근이 SD400인지 SD300인지 알 수 없어서 철근 항복강도를 변수로 두고 케이스별로 내하력평가,안전성검토를 실시했기 때문에 최대치와 최소치가 존재하게 되었다.

 

해당교량의 준공년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SD400을 쓰던 시기였는데 전차 정밀점검+내하력평가를 수행한 A업체는 SD300으로 보고 내하력을 계산했다. 

 

Midas모델링도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다시 새로 모델링을 짜서 SD300으로 돌려도 내하력은 C등급으로 나왔다. 그것도 B등급에 가까운 C등급이었다.

 

그래서 검토한 결과를 정리해서 발주처에 보고서로 제출을 먼저 했고, 감독은 일단 보강 설계는 하지말고 대신 철근 채취 및 인장시험을 하는 것으로 반영해달라고해서 그렇게 마무리지었다.

 

이후 보수설계와 철근시험 등으로 설계납품을 하고 시공업체가 철근을 채취해서 시험을 맡겼다는데 결과는 SD400으로 나왔다. 

 

일단 내하력은 D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이후에 든 생각이지만, 영세 진단점검업체들이 시설물유지관리업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 지역이 지방일수록 고만고만한 업체들끼리 담합해서 가능한 한 등급을 낮추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그래야 보수보강설계가 발주가 될 것이고 또 보수보강시공(시설물유지관리)이 발주가 되면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보강 기술들을 적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니...

 

심지어 이런 비양심적인 업체들의 대표가 그 지역 지자체 심의위원이기까지 하다면 빼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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