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진단노트

관매달기 관련 과업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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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자체 상하수도사업소 또는 상하수도 관련부서에서 '기존 교량 관매달기 안전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는 경우가 있다. 상하수도 관로를 기존 교량에다 매달고 싶은데 그 안전성을 엔지니어링 업체에 검토시키고 해당교량들의 관리주체와 협의까지 맡겨서 상수도관을 기존 교량에 문제없이 매달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일부 발주처에서 막무가내로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결과가 나오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 지자체 상하수도사업소에서는 관매달기 안전성 검토용역에다가 교량정밀안전진단까지 얹어서 '안전진단전문기관'업체들에게 발주한 적이 있다. 왜 정밀안전진단을 용역에다 포함시키고 그 단가도 말도 안되는 저가로 어거지로 끼워넣었는지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발주처는 '정밀안전진단'이 '안전한지 진단'하는 정도로 이해한 것 같았다.

 

심지어 그 발주처는 일부 교량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안전하지 못하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그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안전진단업체에게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도록 수정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이건 명백히 불법을 저지른 것이며 해당교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게다가 진단업체가 이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었을 때 그 민사상 피해까지 배상해야 할 수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상수도 관련 공무원들의 '교량' 및 '안전진단'에 대한 무지함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도로교량은 상수도를 설치하기 위한 시설물이 아니다. 도로교량 관리주체와 협의를 보면 어떤 구조물에도 상수도를 부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상수도관을 도로교량에 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서는 안된다. (가끔 그런 용감하고 무지한 발주처가 있다.)

 

토목설계회사는 도로교 설계기준에 따라 교량을 설계한다. 도로교 설계기준은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하고 관할한다. 그리고 도로교 설계기준에는 교량에 상수도관 설치를 고려하는 어떤 표현도 들어있지 않다. 엔지니어들이 교량을 설계할 때 상수도관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상수도관을 교량에 붙일 때 트레이 프레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교량 본체에 붙이기 위해서는 약 2m 간격 정도마다 앵커볼트를 시공해야 한다. 이 때 교량의 철근이 외부에 노출되어 내하력 저하의 요인이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상하수도관을 교량에 설치하다가 교대에서 관이 흉벽에 막히게 되자, 흉벽을 일부 부숴버리고 관을 통과시키는 짓도 서슴치않고 자행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시설물안전및유지관리에관한특별법' 및 기타 형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이를 주관한 상하수도 분야 공무원은 그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일반법도 아니고 특별법 위반이므로 생각보다 큰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지자체의 상하수도 관련 공무원들이 도로교량을 손상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태도이며, 기본적으로 상하수도관은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해서 하천을 횡단하던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상하수도 공무원들은 기존 교량을 이용하는 것이 예산을 절약하는 일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앵커볼트 천공 등으로 인한 교량슬래브 철근의 외기노출 및 급속한 열화와 철근부식, 탄산화가 이뤄져서 교량 수명을 단축시킬 개연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매단 관으로 인해 교량 하부구조(교각) 유지관리를 어렵게 하고 새어 나온 물로 교량부재 열화 및 교량받침 부식을 야기시키는 대표적인 사진
이 교각의 좌측에는 관경이 큰 관매달기가 되어 있고 우측에는 비교적 작은 관매달기가 시공되어 있다. 좌측 교량받침의 플레이트가 녹슬어 녹물이 흘러내린 것을 볼 수 있다. 코핑 우측에는 심각한 백태가 생겨있다.

설계 엔지니어들이나 진단기관들도 이런 관매달기 검토 용역이나 그에 포함된 정밀안전진단 과업은 맡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발주처가 비전문가이고 안전하지 않다고 결과가 나와도 안전한 것으로 조작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정밀안전진단의 대가도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하고 용역기간도 상당히 짧게 잡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상 교량들의 준공도면 조차 없다면......;; 하하..

 

그리고 일부 발주처는 교량관리주체와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업체로 하여금 교량관리주체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갖다주라고 압박하기도 한다.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실제로 일어나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럴 경우는 정말 난감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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